아이들의 낭만기를 잘 보내야 하는 이유

<책- 내적불행 중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일방적인 관계 때문에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어린 시절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아동발달을 연구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아이들은 3살 무렵만 되면 이성 부모에게 관심을 얻으려고 더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시기를 '낭만기'라고 하는데 대개 3살부터 6살 무렵까지를 일컫는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이성 부모와 특별하고 독점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는 소망을 확실히 드러낼뿐 아니라 동성 부모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동시에 그 동성 부모가 화를 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도 느낀다. 아이의 이런 소망과 두려움은 강렬한 경쟁의식 변덕, 사소한 일에도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예민한 성격, 초인간적인 힘과 완벽한 지식을 소유하려는 욕심 같은 매우 난해한 행동을 설명하는 열쇠가 된다.

 

 

이 시기에 벌어지는 가족 사이의 역동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이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게 되고, 심한 경우 그런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몹시 강렬한 정서를 경험하기 때문에 아주 예민하다. 부모가 아이의 낭만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격려할 수도 있고  갈등으로 점철된 불행한 관계에 중독되는 어른으로 자라게 만들 수도 있다.

 

낭만기에 있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이성 부모와 어른으로서의 어떤 대등한 관계로 추구하려고 드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사회적인 관계를 모방할 뿐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낭만적인 관계를 무척 두루뭉술한 개념으로 보는데, 여기서 말하는 개념에는 사랑의 소유,  애정, 독점 등이 포함된다. (비극적이고 얼토당토않게 아동 성범죄자들은이 시기에 아이들의 행동을 성적인 행동이라고 여기고는 아이들이 자신을 유혹했다고 우긴다. 아이들이 성적인 관심이나 접촉을 원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이가 만 세 살이 되면 엄마 아빠가 특별한 관계라는 걸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이 재밌는 관계에 끼어들고 싶어 한다. (한 부모 가정이거나 부부가 서로 잘 지내지 못하는 상황은 다음에 논의하고 여기서는 부모가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관계일 경우) 

아이들은 이성 부모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동성 부모가 관심을 자신이 받으려고 한다. 부모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지 이해하지 못한 채  이성 부모의 추앙과 찬사를 자기 쪽으로 끌어오려고 하는 것이다. 엄마가 아빠에게 노래를 잘 부른다고 칭찬하면 곧바로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칭찬받고 싶은 아이들의 강렬한 요구가 정상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부모들은 이와 같은 아이 엉뚱한 노력을 아낌없이 칭찬해준다. 

이와는 반대로 아이들이 너무 자신만만해 하면 안 된다는 흔한 조언을 따르는 부모들은 대개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부모들은 "관심을 너 혼자만 독차지할 수는 없어. 그리고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해" 라고 말할 것이다.

 

이성 부모에게 칭찬을 듣고싶어 하는 소망 때문에 비난받고 놀림을 당한 아이는 자라면서 수치심을 느끼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이성이나 친구들로부터 긍정적인 관심 받으려 들지도 않고, 자신의 공을 다른 사람의 공으로 돌려야 편해진다.

 

칭찬 받으려고 노력한다는 이유로 비판받은 아이는 때때로 이러한 욕구에 매달려서 전보다 두배로 노력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칭찬과 찬사를 받고 싶은 끝없는 욕구 때문에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사람을 자꾸 소외시킬 수 있다.

 

3살에서 6살 사이이 아이들이  동성 부모처럼 자신도 이성 부모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경쟁자라고 믿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미성숙 상태여서 엄마 아빠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과 헌신의 본질을 깨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비현실적인 자기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과 부모 사이의 지적 성숙도와 신체크기 힘의 차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게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애정을 갖고 좀 더 푸근하게 대해 줄 수 있다. 5살배기 아들이 아빠 보다 훨씬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말하면 아빠가 "우리 아들 정말 대단한 걸"하고 맞장구 쳐 주는게 좋다.

반대로 터무니없다고 반박을 하거나 모욕을 주고 놀리거나 비난하며 일일이 다 지적하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풀이 죽는다.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칭찬이 아닌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는 아무 능력도 없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의 능력이 지나치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성공을 해도 자랑스러워 하지 못할 수가 있으며, 타인의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부모의 태도를 그대로 배워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할 수도 있다.